진실과 가치판단

2010. 4. 23. 10:29어설픈 시사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좀 당황스럽습니다. 요즘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글 올리지 않는 동안) 벌어진 일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 동안 든 생각을 다 정리해서 쓰는 건 무리일 것 같고, 또 이거에 대해선 좀 써야겠다 싶은 것만 골라서 쓰자니 눈치도 보이고 말이죠.

쓰고 싶었던 건 좀 여러가지였습니다만, 모든 이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쓰다보면 너무 왼쪽(그네들이 말하길)으로 치우칠 것 같아 딱 두 가지에 대해서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30대 월급쟁이 한 명(모두가 생각하는 여론이 아닌)의 의견을 쓰고자 합니다.

첫번째, 천안함 침몰에 대해
먼저, 고인이 되신 우리 장병들, 그리고 실종된 분들(냉정히 말하자면 그 분들도 이미 이 세상 분들이 아니겠죠), 그리고 그 분들을 구조하려다 돌아가신 한주호 준위님. 또 요즘 언론에서 왜 언급하고 있지 않은지 궁금한 실종되신 쌍끌이 어선 금양호 선원분들(이 분들 역시...)께 애도를 표합니다. 혹시 생존하고 있으시다면 꼭 구조되시길 바라고요.
천안함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맞아요. 지금 국방부와 청와대는 무척 곤혹스러울 겁니다. 천안함이 자체 결함(피로 파괴)으로 침몰했다는 결론이 나면 그 나름대로 정비 불량 내지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요, 북한의 어뢰나 기뢰의 공격이었다면 그렇게 접근할 때 까지 알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 비난(?)도 피할 수 없겠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진 않지만, 아니, 솔직히 좀 싫어하긴 하지만,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 이런 당혹스러운 일을 겪는 그가 좀 불쌍할 정도 입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지간에 힘들 거에요.
제 생각은(대한민국 30대 봉급쟁이 1명의 의견) 피로 파괴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기사를 보시죠. 요새 언론이 자기 입맛대로 쓰는 경향이 조금 있지만, 제 생각만 따따부따 떠드는 것 보다 그래도 기자님의 취재 내용을 보시면 아항- 그렇구나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2216
"그러니까 직후에 3월 29일 크롤리 공보차관이 말한 표현, 그러니까 우리는 선체의 결함 이외에 다른 침몰의 요인을 알지 못한다, 이런 건 굉장히 구체적으로 문제를 짚어준 것"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군 시절 단 한번이었지만 세열수류탄 투척을 한 적이 있습니다. 크레모아는 직접 버튼을 누르진 않았지만 후폭풍에 다칠까 숨어서 그 위력을 눈으로 보고, 그 찢어지는 듯한 폭음을 들었죠. 어뢰라는 게 물속에서 터지면 소리가 안 날까도 싶지만, 그래도 같은 화약인데 제가 군 시절 들었던 찢어지는 듯한 폭음(마치 유리창 몇 천장이 한꺼번에 깨지는 소리가 난다면 그런 소리일까요?)을 들었다는 사람 아무도 없고, 분명히 근거리에 병사들도 있었을 텐데 구조된 수병들 중 고막에 이상이 있다는 분도 없는 것 같고요. 게다가 그 뭐라더라 아무튼 적외선 카메라에도 열 감지가 된 거라고는 사람들의 체온밖에 없었다는 것도 그렇고요.
뭐 선체 절단면이 한 쪽으로 휘어져 있었다를 보고 버블제트 어쩌고 하는데, 제 생각엔 오히려 그 모습이 더더욱 "그냥 찢어진" 것으로 보였거든요.
그냥 그렇다고요. 사람들 생각이 다 그래! 가 아니고요.

사진출처 : 조선일보

조선일보에서 재미난 그림을 올려놓았습니다. 크... 색상도 알록달록 채색하면서 인간이 조종하는 어뢰에 방향타 조차 없군요. 그냥 직선으로 돌진할 수 있도록 만든 듯한 느낌입니다. 예전에 한겨레 신문 구독 관련 글을 쓰면서 왠지 조선일보보다 재미가 없다라는 얘길 한 것 같은데요, 이 그림을 보고 다시한번 그 생각에 확신이 생깁니다. 조선일보 참 재미있는 신문이다.

두번째, 스폰서 검사? 검사 스폰서?
오랜만에 PD수첩을 본방 사수 했습니다. 그 날이 회식인지라 술에 떡이 되어 귀가 했지만, 이상하게도 술을 먹고나면 라면도 먹고 싶고, TV도 밤새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보기 시작했어요. 엄기영 사장님 쫒겨나시고, 새로 김재철 사장님 오시고 난 후에 이런 내용을 보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그 쪽 사람들 말로 소위 빨갱이들은 이 사회 곳곳에 있나 봅니다. 하. 하. 하.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중간부 부터, 녹취된 검사장 아저씨 목소리하고 사진 나오기 시작할 땐 '어? 피디수첩이 돌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였으니 말이죠. 특히나 사진에서 본 두 검사님 모습은 어디 뭐 지나가다 "이 분이 검사님이십니다." 하고 소개를 받으면, '와... 역시 명석한 두뇌로 사시 패스하고 저 자리까지 올라가신 분이시라 그런지 검사님임에도 불구하고 참 인자한 인상을 지니셨군, 이런 분이 우리나라 검찰을 이끌어 가신다니 참 믿음이 가는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이쿠 배야. 뭐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광우병 보도 때 조작 방송 의혹도 받았던 피디수첩의 보도를 다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엉? 그런데 광우병 보도 관련 피디 수첩 무죄라죠? 재미난 조선일보 기사에도 났군요. 약간 비꼬아서 말이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20/2010012000762.html
참, 자세한 언급은 못하더라도, 아무리 영감님(검사님)이시라지만, 평균연봉 1억이 넘는다는(출처 진성호의원) MBC 피디한테 막말을 한 건 좀 에러.

마지막, 글 제목 보시면 "진실과 가치판단" 입니다.
글질 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단어가 저겁니다. 종종 "팩트"라고 하고요, 한번 쓰기 시작하면 버릇이 들어서 맨날 팩트팩트팩트 합니다. 국민들이, 아니, 대한민국 평범한 30대 월급쟁이가 가장 원하는 건 "진실" 입니다. "진실"을 듣고서 이게 좋다 나쁘다는 모두 개인적인 판단이고요, 그 개인의 판단을 타인이 제재하는 게 옳은 건지 그른 건지에 대한 판단은 누가??? 글 쓰다보면,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맞는 것은 무엇이고, 그른 것은 무엇인지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극우에다가 이명박 대통령을 존경하는 제 친구는 저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때면 저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당연히 저는 그 친구를 안타깝게 생각하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틀렸거나 그 친구가 틀린 걸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그 친구 생각엔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이 노무현을 뇌물현이라고 부르면 술자리에선, (비꼬는 말투로)"야, 친구야 우리 봉하마을 논두렁에 시계 찾으러 가지 않을래?" 하면서 킥킥거릴 것이라 생각할 것이요, 저 같은 놈들은 술자리에서 (역시 비꼬는 말투로)"너 여기서 뭐하냐? 4대강 가서 삽질이나 좀 하지?" 하며 대다수의 국민이 나처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겠죠 뭐.
정치 지도자라는 건 이래서 중요한가 봅니다. 만약, 파워있는 정치인이 지금 있는 몇몇이 아니라 수없이 많다면, 국민들의 생각은 무의식중에 그 정치 지도자의 생각을 따라가게 되겠죠. 그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어떤 사적인 욕심을 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 가치판단, 저는 모르겠습니다. 뭐가 맞고 뭐가 그른지를요. 하지만, 어쨌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받아들여서 뭔가 판단을 한다면 상당히 억울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게 말초신경을 자극시켜 쾌감을 느끼기 위한 것일지라도 말이죠.

모든게 저라는 사람 하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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