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와 조폭

2008. 1. 15. 15:44읽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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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부문이 적극적으로 세대 간의 왜곡을 만들지 않고 다만 조직 내에서의 권한을 둘러싼 세대 간 분배의 문제 정도를 갈등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 이외의 대부분의 경제조직은 아주 적극적으로 20대에 대한 진입 장벽을 설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20대에게 전면적으로 문호를 열고 거의 무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흡수하는 경제조직이 두 가지가 있다. 다단계판매와 조직폭력단이 바로 그것이다.

진입장벽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조직폭력단은 장벽이 있는  편이다. 일단 건장한 신체를 갖추어야 하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조직폭력단 내에도 장애인이 있지만, 경제활동 중에 장애인이 되는 것이지 장애인이 신규 진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대 간 분배라는 눈으로만 본다면 조직폭력단은 20대에게 상대적으로 매우 유리한 경제조직이다. 주기적으로 조직도상 최상위에 있는 두목급들이 체포되기 때문에 일반 경제조직과 달리 상층부까지 비교적 빠르게 진출할 수 있고, 상층부의 인사 적체 현상도 덜하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조직폭력배의 경우 1억에서 1억5천만 원 정도의 평균 기대소득을 올린다고 하니, 법규를 생각하지 않고 소득과 기회로만 생각한다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직업인 셈이다. 금융거래가 점차 투명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죄집단의 국민경제 규모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전체 경제 규모의 10%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중 조직폭력배가 절반 정도의 돈을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조폭의 지하경제 규모는 5%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조직폭력배의 경우, 조직이 너무 커지면 이를 줄이려고 하는 사회적 힘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적절한 규모에서 사회적 균형을 갖게 된다. 그러지 않다면 조직폭력단은 마치 사회 구성원 전부를 삼킬 듯이 커지겟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진입 장벽이라는 것을 설정하게 되어 있고, 누구나 조폭에 가입해서 비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누리게 되지는 않는다.

조금 이상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경제조직으로만 본다면 조직폭력단은 경제서열상 다단계판매보다 상급에 위치한다. 개인적 능력을 일종의 자산으로 본다면 조폭으로 활동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머리와 신체라는 자산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내부에도 균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조폭은 자신의 식구들을 가입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비록 정상적으로 제어디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균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억지로 찿아보자고 하면 긍정적 부분도 조금은 찾을 수 잇다. 조직폭력배들이 장악하고 있는 도시의 치안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묘한 균형 속에서 '질서'라는, 평가하기 어려운 경제적 공공재를 일부 만들어내는 셈이다.

조직폭력배가 나름대로 일정한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는 반면, 다단계판매는 20대에게 아무런 진입장벽이 없는 경제조직이다. 흔히 조직폭력배가 경제활동에서 '막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막장은 다단계판매이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은 그 안에서의 경제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알고 있는것처럼 의사나 변호사 등과 같이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경제적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하는 조직은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지게 된다. 그래야 적절한 사회적 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가능성이 낮거나 위험성이 높을수록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조직폭력단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곳이 바로 불법다단계이다. 진짜 막장 중의 막장인 셈이다.

조직폭력단이 시스템 바깥에서 경제적 성과물을 가지고 와서 내부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불법다단계는 시스템이라는 울타리 내부에서 상호 분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게임 이로의 눈으로 본다면 조직폭력은 '개방형 게임(open game)' 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성과물이 한 쪽은 개방되어 있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전적으로 조직 내부에서 발생하게 된다. 조폭은 피해자가 조직 외부에서 발생하는데, 불법 다단계는 피해자가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더욱 진입 장벽을 낮추고, 외부에서 계속 신규 조직원들을 끌어들어야 상층부의 '퀸'이나 '정식 직원'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세대라는 눈으로 본다면,다단계의 경우야말로 먼저 가입한 윗세대들이 다음 세대를 가차없이 착취하는 세대 간 착취가 여과 없이 벌어지는 현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조폭 내에서도 세대 간 착취는 벌어지지만, 이런 정도록 강력하지 않다. 게다가 피라미드의 상층부가 대개 먼저 체포되기 때문에 착취의 강도는 다단계보다 훨씬 덜하다. 반면에 불법다단계는 상층부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피해는 아래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20대일수록 불리하게 된다.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기대수익과 진입장벽 그리고 시스템의 작동원리라는 눈으로 냉혹하게 바라본다면, 우리나라 경제조직의 위계에서 불법 다단계는 조직폭력배보다 더 아래 단계에 있는 셈이고, 불법 다단계에 가입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20대는 아주 초기에 가입한 특수한 몇 명을 제외한다면 20대 중 가장 막장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같은 눈으로 집안에서 그냥 청년 실업자로 지내는 백수와 비교한다면, '기대 위험'이라는 관점에서 백수가 조직폭력배보다 훨씬 낫고, 불법 다단계보다는 1백 배는 낫다. 백수는 취직이라는 '기대 변수'를 놓고 확률적 계산을 할 수 있지만, 불법 다단계는 확률적 계산이 불가능한 경제조직이다. 불법 다단계에 속한 20대의 경우라면, 바로 망하는가 아니면 조금 더 있다가 망하는가의 차이만이 남아있을 분이다. 지금 20대에게 주어진 세대 간 경쟁을 포함한 무한대의 승자 독식 게임에서의 패자는 미약하나마 사회안전망이라는 또 다른 패자부활전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조직폭력배 조직원보다 더 막장인 불법 다단계 조직원에게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특히 20대의 경우에는 그렇다.

정보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조직폭력단과 불법 다단계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또 한 가지 존재한다. 조직폭력단은 아무리 합법적인 경제단체로 위장한다고 해도 내부 조직원들은 그것이 불법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는데, 불법 다단계의 경우는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이 대단히 모호하다. 등록 기준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문을 닫아버리고 새로 개업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에 어지간한 상층부의 조직원이 아니라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잘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런 진입 장볍 없이 20대를 환영하고 무료로 강의도 시켜주고, 집단 합숙도 시켜주는 경제조직은 불법 다단계밖에 없다. 왜 불법다단계에서 20대를 환영하고, 별 조건 없이 가입시켜주는지는 경제학적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왜 20대 불법 다단게 조직원들이 왜 이 사회에서 막장 인생인지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돌파구가 어디에 있는지는 경제학 이론마다 대처 방안이 다르다. 여기에 바로 고민이 있다. 확실한 것은 좌파 경제학이든 우파 경제학이든 아니면 미시경제학이나 응용경제학 혹은 수리경제학이든, 경제학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조직폭력배가 개인이나 사회에게 권해줄 일이 아니라는 데에 포괄적 합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회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불법 다단게를 권해주는 경우는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승자 독식 게임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제어나 균형장치 없이 20대에게 불리한 세대 간 게임의 양상은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경쟁에 패한 20대를 환영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곳은 불법 다단계밖에 없다. 조폭도 되기 어렵다면 그 다음에는 불법 다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기존의 질서가 급격하게 해체된 동구 국가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혼란이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발칸반도의 알바니아의 경우는 국민소득의 30%에 해당할 정도로 다단계가 커지고 국민의 3분의 1이 가입할 정도로 극도의혼란상을 겪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렇게까지 전체가 급속하게 붕괴할 위험은 없지만, 20대에게는 워낙 움직일 수 있는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88만원세대 - 우석훈,박권일- p129~134
글 출처 : 다단계판매 네트워크마케팅의 시장실패 보고서

여기에서 부터는 직접 작성하는 글.
해당 출처는 주변에 다단계를 강변(강요는 하지 않음. 암웨이)하는 분이 있어서 그 분과 대화중 반박할 지식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사이트이다. 직접 글을 쓴 것이었다면 저작권 기타등등으로 인해 퍼 오지 않았을 내용이지만, 아마도 책 내용 중 발췌인 듯 하여 해당 사이트의 전문을 올린다. 요새 제대로 된 월급받으며 직장생활하기가 힘든 젊은 세대들의 생활에 대한 궁금함에 책 한번 구입해서 봐야 겠다.
다단계에 대한 내 생각은 확고부동하다. 그저 미친짓이고, 사기를 당하고 사기를 당한 사람이 본전이라도 뽑으려는 바램을 갖고 주변사람에게 또 한번 사기를 치는 것.
어디에선가 봤는데, 암웨이 사업을 하는 사람 중 돈을 많이 버는 상위 레벨의 대부분이 암웨이를 하면서 듣고 보는 카세트 테이프, 책자를 찍어내는 회사, 공장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더라.
왜 물건값에 자기들 중간중간 회원들의 마진까지 붙여서 팔아야 하냐고 물어보면, 다른 대기업 광고비로 들어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어이없이 말문이 막힌다.
공기청정기 예를 들자. 정수기는 뭐 그렇다 치고. 암웨이 제품군 중 왜 200만원짜리가 없는 것일까 하던 차에 알고보니 법률적으로 방문판매용 물품은 100만원인가를 넘기지 못하게 되어 있더라. 야 그런 법적인 제한이 없었으면 과연 그 괴상한 공기청정기는 과연 얼마까지 부르는 게 값(?)이 되었을까. 디자인 좋고 보다 성능 좋으며 필터 등 소모품 교체에도 얼마 안 드는(대략 만원 정도) LG, 삼성 등의 공기청정기, 좋은 게 40만원 가량 한다.(그렇게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쓰면서도 그렇다.) 하지만, 디자인 구리고, 소음도 심하고 필터 교체하는 데 10만원 정도 들어가는 암웨이 공기청정기는 100만원이다. 100만원 ㅆㅂ...
뭔가 논리적으로 글을 쓰고자 해도, 그렇게나 빡센 트레이닝을 받은 그들에게 저항하기는 쉽지 않으며, 뭐 내가 논리적으로 떠든다 해도 그들은 그냥 귓등으로 들으며, 이미 교육 받을 때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하고 이런 반발을 할 것이다 그럴 땐 이러이러한 말로 대처하라... 라고 훈련된 그들이기에 이야기 하다 보면 그저 부글부글 할 뿐이다. 골치 아프다.
그냥 말 열만 받다보니 이번 역시 횡설수설로 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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