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2008. 5. 26. 10:13읽든지 말든지

아침에 머리를 감다가,
문득 두피가 아프다는 걸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손톱을 보니 꽤 자랐더라.
손톱 깎는 거, 머리 자르는 거 귀찮아하기 때문에,
머리 자르는 거는 이용사 아저씨에게 맡기는 거라 어쩔 수 없다 쳐도,
손톱을 깎을 때에는 깎는 주기가 길어지도록 상당히 짧게 깎는 편인데...
(그 때문에 종종 너무 짧게 깎은 손톱 때문에 아파할 때도 있지만...)
짧게 깎다 보면 손톱 손질하는 사람들 처럼 둥그런 모양이 나오지 않고 사다리꼴 처럼
각진 상태로 남겨두는 일이 많아 그런지(아니면, 손톱이 자라는 게 균일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자란 손톱을 보면 마치 사다리꼴 모양으로 영 모양새가 이상한 경우가 종종 있다.
('항상'이 아닌 '종종'인 걸 보니, 균일하게 자라지 않는 것 때문은 아니겠구나...)
문득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의 신체를 갖고 살아보질 않아서 확실한 건 아니지만,
유난히 난 손톱, 발톱 및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이발소의 경우 거의 2주에 한번씩 가는데, 빨리 자라는 거 외에도, 머리가 바짝바짝 서는 바람에
옆머리 통제를 위해(가만 두면 옆 머리가 노브레인 서바이버에서의 문천식처럼 되어 버린다.)
2주만에 한번씩 깎는데,
예전에 다니던 미장원 아주머니는,
넌 머리 참 빨리 자란다. 그새 이렇게 자랐느뇨... 라고 하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지금 다니는 어른식 이발소 에서는(아, 난 어른이구나...) 이용사 아저씨가 워낙 과묵하셔서,
나와 하는 대화는,

드르륵(이발소 문 여는 소리)...
나 : 안녕하세요...
이용사 아저씨 : 어, 어서와, 앉아.
머리 깎아 주시고, 면도(얼굴 전체까지)해 주시고, 머리 감겨 주시고, 주머니에 수건 찔러 주신다.
난 머리를 닦고...
나 : 여기 있습니다. (이발비를 지불한다. 거스름돈이 있으면 거스름돈을 받는다. - 이발비는 8천원)
나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용사 아저씨 : 응, 잘가.

이게 전부다. 지문이 들어있어 길어 보이지만, 대화는 굵은 글씨체 달랑 저거다.
아무튼, (시발, 제목은 손톱인데 쓰다보니 머리 얘기네... 그래도 양심껏 제목은 그냥 둘란다.)
어릴적에, 손톱이든, 머리든 손톱은 뭐 항상이고, 머리의 경우에는 꽤 맘에 드는 스타일이 나왔을 때에는,
뭐랄까 고정 스프레이(??)라는 이름 정도를 붙일 수 있는 그런...
아무튼 뿌려 놓으면 한동안 머리가 자라지 않는 그런 약품 따위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학창시절엔 이발비가 2천원이었는데, 그 금액도 아끼고 아끼면 맛난 소주음식도 먹을 수 있고,
그랬기 때문에 이발 자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중.고 시절, 체육시간 또는 교련 시간이 아니구나... 항상 그랬드랬지...
두발 단속을 한다. 가끔 위생 검사라고 해서 손톱 검사도 했으나, 그는 그때 그때  깎으면 되는 것이고,
이발은 항상 문제였다. 예고된 단속일 경우에는 나름 바쁘다 보면 이발을 못할 때도 있으며,
예고되지 않는 단속 또는 좆같은 선배들이 트집 잡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문제는 두발 길이에 대한 평가 기준이었다.
난 머리숱이 많고, 이마가 좁다.(지금 나이 들어선 이게 참 다행이다. 그 당시 이마 넓었던 친구들은... ㄷㄷㄷ)
대게 앞머리를 가지고 단속을 하는데,
기준은, 앞머리를 쭉 내려서 눈썹에 닿으면 걸리는 거다.
헌데, 이마가 넓은 사람과 이마가 좁은 사람의 이마 길이의 차이는 정말
오바하지 않아도 5Cm 이상 나는 것 같다. 때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그림판 작업을 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릴적부터 좌측을 바라보는 옆 얼굴을 자주 그려서, 내가 생각해도 좀 잘 그린다.
 아... 타블렛 있었으면 귀(耳)도 그리고 더 잘 그렸을 텐데.. 마누라 좀 졸라봐야지...)

이런 식으로, 이마가 넓은 애들은 이발한 지 한달을 넘겨도 앞머리를 내렸을 때
눈썹에 닿지 않았는데, 난 달랑 2주 정도만 되면 앞머리가(처음 깎을 땐 그들보다 더 짧게 깎았는데도)
눈썹에 닿았다. 그래서 괜히 빳다맞고 그랬는데... 씨발...
(참고로 군대에서는 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통제할 줄 알았는데, 희한하게도 다른 데에서는
유연성이 없는데, 머리가 빨리 기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하는 놈들 없더라... 신기해...)

그런 암흑같은 청소년기를 넘긴 지금...
당시 이마가 넓었던 친구들이 댕기머리 샴푸를 쓴다느니, 중국에서 사온 약품을 바른다느니,
먹는다느니... 비가 오면 머리에 비 맞으면 안된다느니 하지만,
난 그저 허허허허 비누로도 머리감고, 어떨 때엔 빨래비누로도 머리감고,
그저 거품 나오는 거면 머리 감고... 산성비니 뭐니 우산 쓰기 귀찮으면 그냥 맞고 다닌다.

역시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인가.
손톱이나 깎아야겠다.

참, 이발비...
원래는 귀두컷(씨발놈들 이름 짓는 거 하며...)으로 유명한 5천원짜리 블루클럽에 다니다가,
몇 달 전부터... 아 작년인가 아무튼 6천원으로 오르면서, 머리도 잘 감겨주지 않고,
미용사도 자꾸 바뀌어 균일한 아웃풋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이제는 그리 저렴하지도 않은
블루클럽을 다녀야 하는 가 고민하다가,
동네 허름한 옛날식 이발소에 가게 되었는데!!!!
아니 이거 왠걸, 깨끗한 옛날식 면도에 머리 감겨주는 거 포함해서 6천원인거다.
게다가 내 오돌오돌한 피부를 깎아주는 얼굴 면도까지 하게 되면 8천원.
시바 지금 연봉 천만원이 넘는 내가 한달에 만육천원의 이발비가 아까울소냐...
다니게 되었고, 지금도 다닌다. 좋다. 비싼 생각 전혀 들지 않는다...
(혹자는 얼굴 면도는 아무래도 각질을 벗겨내기 때문에 좋지 않다라고 하지만,
화장품 광고 찍는다고 얼굴 가죽 한꺼풀 벗겨내는 연예인도 있는데 뭐.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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