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입장에서...

2005. 9. 23. 18:03예전 글[egloos]

나도 회사에 다니는 몸이라, 이런 글 쓰기는 좀 뭣 하지만,

간단하게, 중국집의 실례를 들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어떤 것인가에 대해 간략히 적고자 한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게 되면(거의 매일 이지만), 종종 음식을 시켜 먹고,
그 종종 음식을 시켜 먹는 중 종종 중국음식을 시켜 먹는다.
이 중국집은 꽤 어려운 경쟁을 통과한 매우 준수한 중국집이지만,
어제 중국집 배달원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좀 기분이 뭣해서 이 글을 쓴다.

어제는 간만에 군만두 서비스가 같이 왔다.
군만두 서비스를 먹어본지 꽤 되었기에 기분이 좋아서 생글생글 웃으며 그 배달원에게
"와~ 어떨 땐 군만두 서비스가 나오고, 어떨 땐 안 나오고... 많이 주문을 해야 군만두가 오나보죠?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하고 참으로 예의 바르게 여쭈었더니,
내 웃는 얼굴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그는(아마도 내 생각엔),
역시 웃는 얼굴에 뒷통수를 긁적이며,
"아, 그건요, 사장님 마음이에요. 사장님 기분이 좋으면 군만두 서비스가 나가는 것이고, 사장님 기분이 나쁘거나 바쁘면, 군만두 서비스가 나가지 않는 거에요."
기대 이상의 장황한 설명에 나는 매우 흡족해하며,
"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하고 간자장 곱빼기를 맛 좋게 먹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고객이 사장님 기분이 어떤지 알게 무었인가? 차라리,
"아, 그건요, 고객님 마음이에요. 고객님 기분이 좋으면 군만두 서비스가 나가는 것이고, 고객님 기분이 나쁘거나 바쁘면, 군만두 서비스가 나가지 않는 거에요."
라고 했다면, 엉뚱한 대답이나마 나중에 내 기분이 이상해지는 건 막을 수 있었을 것을... 쯔쯔...
그럼, 척후병을 하나 둬서, 중국집을 몰래 염탐하다가, 사장님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걸 발견하면, 회사에 무전을 쳐서,
"지금입니다! 지금이 최고조인 것 같습니다! 빨리 주문 바랍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내가 생각하기에 베스트 답변은,
"네, 그건, 주문하신 금액이 몇만원 이상이거나, 자장면이 몇 그릇 이상이면 나오는 겁니다."
하는 식으로, 어떤 기준치가 있을 때 그 기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 군만두 서비스가 발의된다... 라는 예상할 수 있는 기대감을 만드는 그런 답변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 배달원이 그런 센스를 발휘했더라면,
다음부터는 속는셈 치더라고도 더 많이, 더 비싼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을까?

아쉽다.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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