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2008. 10. 23. 10:44어설픈 시사

軍 초유의 ‘표현물 항명’…국방부 비상 (경향신문)

얕은 지식과 섣부른 판단으로 어느 한 쪽을 씹는 얘기는 되도록이면 자제하기로 마음을 다잡아서 그런지, 아니면 제 스스로가 회색분자라서 그런지 어느 한 쪽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 기사를 보고, 조금 왼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한다라고 치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왜 시중에는 출간이 되고, 어느 경우에는 베스트셀러인 책이 군에서는 불온서적이 되어 장병들에게 읽지 못하도록 하는지 좀 불만이고, 그래도 좀 아름답게(오른쪽으로 치우쳐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좀 부당하다 싶더라도 현역 군 법무관의 신분으로 저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라는 건 좀 심했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쓰고보니 마침표를 처음 찍었네요.)

* 기사 읽기 싫으신 분들을 위해.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책들에 대해서 현역 군법무관들이 표현의 자유 어쩌고 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국방부에서 뜨악- 하고 몹시 당황하는 상황이에요.


잠깐, 쓰다보니 이것도 정치적인 문제일까요? 좀 더 포괄적인 주제를 담기 위해 정치 라기 보다는 이데올로기(이데올로기가 이념 입니까?)라고 분류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제 군 시절이 생각이 나서 입니다. 지금은 가끔 읽는 책이라고는 일본 번역본 만화책들(일본이라는 나라를 싫어하는데도 만화는 재미 있어서.. 좀 비겁한 변명일까요), 그 중 이나중탁구부, 멋지다 마사루 뭐 이런 류의 좀 엽기이면서도 변태적이며 암울한(이나중 탁구부의 작가 후루야 미노루의 요즘 작품을 보면 정말 우울해져서, 읽기가 꺼려질 정도 입니다.) 뭐 그런 거, 아무튼 만화책이나 좀 보고 그러지만 말이죠, 고교시절, 대학까지는 책을 좀 읽었습니다. 1주일에 한 권 정도는 꼭 읽었지요. 제가 약간 주위가 산만해서 꼼꼼하게 읽는 편은 아니지만 대충 책을 보면서 아 재미있다..를 느끼며 정말로 '책을 읽어야 올바른 사람' 뭐 이런 강박관념 때문이 아닌 정말 즐기며 읽었습니다. 군대에 가서도, 뭐 작전병이어서 워드만 졸라 치고, 근무 서고, 그것 외에는 군생활동안 시간이 좀 남아돌잖습니까, 남들은 몸 만든다고 역기들고 그럴 때에도 간혹 책을 들춰보고 했단 말이죠. 그런데 담당 보직이 작전병이기 때문에 정보과의 불온서적 리스트도 보고 그랬습니다.

1. 좀 고민했던 이야기
휴가를 나왔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다는 아주 조금 일찍 군 입대를 한 저는 주변에 약간 빨갱이 물을 먹었는지 아무튼 그런 친구들이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안 읽어 봤다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 나불대지 마라! 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그 당시에는 약간 색()에 눈을 뜨게 되어 그런지 무협지를 봐도 뭐더라? 색마열전 인가? 아무튼 그런 거나 보고 낄낄거리고, 초.중.고교시절 몰래몰래 보던 도미시마 다께오(이 사람 한국사람이란 얘기도 있던데요..) 인가? 아무튼 그 사람이 쓴 모범생인지 놈팽이인지인 마사오라는 걸출한 녀석이 나오는 여인추억 시리즈나 보고 있었습니다.(세상에 대학 도서관에 그 책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물어봤죠. 좀 야한 부분도 있는가. 물으니, 그 친구 왈, 응 그런 부분도 좀 있고, 좋아. 그러더군요.(나중에 보니 겨울꼬막-아시는 분은 아시겠지요- 부분 말고는 뭐 영~) 그래서 휴가를 나온김에 읽어볼까 하다가 '엇, 씨바 이거 불온서적인잖아?' 하고 그제서야 알아챈 겁니다. 그냥 일반 보병도 아니고 비취인가까지 있던 작전병이 이런 거 읽었다가 걸리면 영창가는 거 아닌가 싶어 손도 못댔지요. 소심한 마음에, 휴가 복귀 전에는 그 친구에게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너 훈련소 가면 그런 책 읽어봤냐고 물어보면 절대 본 적 없다라고 말해야 한다." 라고요.


2. 좀 재미있던 이야기
 작전장교는 소령, 정보장교는 중위였는데, 어느 날 대대 관물대를 탈탈 털어서 불온서적, 탄피 등을 싸그리 압수했는데요, 그 불온서적이라는 것 대부분이 포르노 잡지였습니다. 싹- 쓸어온 불온서적들을 사무실 책상에 쌓아두니 대략 1미터 정도 높이였던 것 같습니다.(탄피는 5.56미리탄 백여 개, M60 탄 수십개, 좀 큰 거 HMG, LMG 탄도 몇 개 나왔습니다.) 아무튼, 그걸 보고 작전장교님이 놀라며 "이 새끼들은 이 많은 탄피를 어떻게 짱박아 놓은 거야!" 하시더군요.(그렇다고 징계를 주거나 하진 않았음.) 그리고, 그 불온서적 몇 권을 들춰 보시더니, "야 씨발 이런 것 까지 다 압수해버리면 우리 병사들은 뭐 보면서 DDR을 치겠나!" 하시는 겁니다.(꼬박꼬박 작전장교님, 하시는 겁니다. 하고 존칭을 쓰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작전장교님은 꽤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고 저하고 제 후임 작전병 애랑 고개 숙이고 키득거리고 있으니까, 작전장교님이 두 세권 대충 집어서 저희에게 던져주시면서 "OOO, XXX! 니네 DDR 칠 때 써라, 내무실로는 가져가지 말고 사무실에 두고!" 라고 말씀하셨죠. 이후 기무대 방문한다는 첩보(?)를 받고는 다 버렸지만 말이죠. 결국 쓰레기 버리는 곳에 있던 초 말년 병장만 좋다 이겁니다. 이런 경우 흐흐...



써 놓고 보니 둘 다 좀 주접떤(야한) 이야기네요.(또 생각해 보니, 빨갱이->빨간책->야한책 오호... 이거 굉장한 전개인데요?)
이런 저런 논리를 가지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의 의견으로서는, 일단 일반 시민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불온 서적으로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 의견이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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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이렇게 조정래님의 소설은 다 읽어 봤는데요, 좀 더 현대에 가까운 한강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조정래님 실제로 보면 참 수더분하고 정말 동네 아저씨 느낌.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은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퍼왔습니다.(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는 예전 레이아웃이 좋았는데, 파폭에서는 거의 맛이 가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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