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2009. 2. 10. 14:44읽든지 말든지

지난 주말에 와이프랑 마린보이를 봤습니다. 예상치 못한 영화관람이었기에, 뭐 영화표 할인 그런 거 없이 두당 8,000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말이죠. 안젤리나졸리 주연의 체인질링을 볼까, 마린보이를 볼까... 하다가(원래는 작전을 보고 싶었는데, 그 당시에는 개봉을 하지 않아서...) 그냥 가위바위보 해서 당신이 이기면 체인질링, 내가 이기면 마린보이를 보자 했는데, 제가 이기는 바람에 마린보이를 보게 되었죠.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뭐 글 자체가 읽기에 지루하지 않으시다면, 대충 읽고 그 영화 보러 가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강우라는 배우, 참 잘생겼습니다. 조재현의 연기도 뛰어나고, 이원종의 연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예전 조강지처 클럽을 볼 때 구세주의 외삼촌으로 나오던 그 아저씨의 연기도 좋더군요. 영화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갔기에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광록 아저씨도 반가웠습니다... 만, 영화 자체를 말하자면 웬만하면 그런 말 와이프 앞에서 하지 않는 편인데(좀 거센 말 쓰면 혼남),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 완전히 쓰레기다 쓰레기!" 라고 툴툴거리며 집으로 왔어요.

마린보이 이게 뭐냐, 간단히 얘기하자면, 마약 밀수를 하는 건데, 세관 통과를 피하기 위해, 배가 출항한 후에 마린보이, 수영에 능숙한 밀수업자가 배에 승선을 하고요, 그 배가 도착지에 입항하기 직전에 다시 마린보이는 바다로 뛰어들어 마약을 들여온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거 보면서 참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정말 저런 식이면 밀수하기가 좋겠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튼, (영화에서의) 마린보이라는 뜻은 그 의미 입니다. 도박 빚을 지게 된 주인공(김강우)이 그 빚을 값는 대신 마약밀매업자이자 사채업자인 조재현의 제안으로 빚을 갚는 대신에 마린보이가 되어 마약밀반입을 돕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여배우 박시연이 나왔으니 당연히 박시연과 연애를 하고요, 조재현도 박시연을 좋아해요.(쓰다 보니 네이버에서 흔히 보이는 초딩틱한 느낌이 나는 군요. 제 수준이 딱 이렇습니다.) 초반엔 좀 재미가 있으려나 싶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주인공을 괴롭히던 사람들 다 죽고, 박시연이랑 알콩달콩 신나게 살아갈... 거다 라는 내용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로서 영화를 만든다면 훨씬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정말 재미 없습니다.

정말 이상한 건, 조재현이 애매합니다. 연기가 이상한 건 아닌데, 이 사람이 나쁜 놈인지, 좋은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막판에 이원종이 박시연에게 총을 쏘는데, 조재현이 달려들어 그 총탄을 대신 맞으며 박시연을 보호해 줍니다. 뭐 그 정도면, 조재현이 김강우의 정적이기도 하고, 나쁜 짓(마약 밀수)을 지시한 사람이긴 하지만 좋은 사람이죠? 안 그런가요? 아무튼, 그렇게 온 몸을 던져 박시연을 구해준 조재현은, 이원종과 아웅다웅하는 중에 김강우가 전속력으로 몰고 간 차에 들이받혀 이원종과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게 됩니다. 아니, 지가 좋아하는 여잘 구해준 남자를 죽여버리다니 이건 무슨 경우인가요? 그리고, 차로 이원종과 조재현을 받으러 갈 때, 낭떠러지 끝이라서 차도 같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박시연을 같이 태우고 "꽉 잡아!" 이러면서 차를 몰아 두 남자에게 돌진합니다. 그러고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당연히도) 두 사람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납니다.

에구구... 이건 나중에 명절 때 TV에서 방영해 준다고 해도 채널 돌려버리게 될 영화 같아요.
(쓰고보니, 출연진들의 극중 이름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군요... 이런...)

우리가 생각하는 마린보이는 이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