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이 선임 빨래해준다더라..

2015. 4. 24. 12:08어설픈 시사

이런 기사가 떴네요.


"후임이 선임 빨래해준다더라..'軍 카더라' 진실은?"


사진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Platoon_sergeant


이러한 내용은, 현역들에게 물어봐야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거 아닌가 싶은데요, 그 친구들 중 솔직하게 답변할 애들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처럼 전역한 지 10년 훨씬 넘은 사람들이야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서 "카더라" 가 아니라 "사실" 이다. 라고 떠들어 봤자 군 관계자들은 "그건 예전 군대나 그랬지 지금은 안 그렇습니다." 라고 둘러 대겠지요.


그래서, 지금은 단지 "카더라" 일 뿐 사실이 아닌, 제가 군생활 했던 1996~1998년 버전을 기사 내용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후임이 선임 빨래를 다 해준다더라
    △ : 대부분 자기 빨래는 직접 했지만, 훈련 등을 다녀와서 한꺼번에 세탁할 때에는 후임들이 여럿 모여서 하기는 했습니다. 최고참 선임들은 그냥 빈둥빈둥 했죠. 가끔 착한 척 "내 건 내가 할거야! 이리 줘!" 라고 장난치지만, 그런다고 건네주면 밤에 상병5호봉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 이등병은 생활관에 누워 있으면 안 된다더라
    ○ : 선임이랑 있을 땐 허락하지 않는 한 눕는 건 미친 짓이죠. 혼자 있을 땐 당연히 드러누울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 PX는 상병부터 갈 수 있다더라
    X : 갈 수 있었 습니다. 단 기수가 낮을 수록 엄청난 눈치 보였고, 혼자 PX 가면 "이 새끼가 돌았나?" 하는 선임이 간혹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몇 번의 경험이 생각나는데요, 가끔 최고 윗 기수 선임이 자기 계급장 붙은 모자 씌워주고(옷은 추리닝) 가서 이것저것 사오라고 시킬 때가 있었는데요, 이걸 또 능청스럽게(이병 주제에) PX의 상병 선임한테 "돈에 맞춰서 골고루 담아 봐" 하는 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PX의 선임도 대충 눈치는 까는데, 이런 걸 권한 위임이라고 보고 그냥 관습적으로 통용 해 줬던 것 같습니다. PX병들도 고생했겠지만, 일반 보병대대 병이 PX병을 좀 깔아 보는 것도 좀 영향이 있었겠지요.
  • 사이버지식정보방, 편의시설은 이등병은 사용 못 한다더라
    △ : 그런 방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체력 단련실 같은 곳은 이병(그런데 왜 자꾸 이등병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정식 명칭은 이병, 일병 아닌가요?)데에도 혼자는 못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생활관에서 이등병은 각 잡고 있다더라
    ○ : 촴나 이건 당연한 거 아닌가욧! 몰론 혼자 있을 땐 풀려 헬렐레 했지만서도 말이죠.
  • 최초 전입 때 신고식 및 장기자랑을 한다더라
    Double ○ : 장기자랑이라기 보다 요즘으로 치면 걸그룹 따라서 춤추기 이런건 자주 했고, 중요한 건 (요즘 기준의)성희롱 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성희롱이 난무했던 것 같아요. 어떤 말년 병장은 엄청난 성희롱으로 전역을 몇 일 앞두고 영창에 들어가 전역일이 늦춰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선임이 딱히 동성애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우리가 볼 때에도 그냥 장난으로 보였음), 가해자나 피해자 둘 다 불쌍하다고 생각 했는데, 어쩌면 가만히 있던 저도 가해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피해자 친구는 편안한 부대로 전출되어 잘 지낸 것으로 기억합니다.)
  • 휴가 나갔을 때 선임 선물을 사와야 한다더라
    X : 선물을 사 가진 않았지만, 영내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들 심부름은 합니다. 사 오면 물건 값은 줬고요. 저 땐 주로 도서 종류, 주로 가요책을 사다가 바쳤는데요, 그 목적이 맨 뒤의 펜팔 주소 따려고 사오라고 하는 겁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기가 펜팔 보낸 애 이름은 매직으로 지우고 그랬습니다.
  • 군대 가면 한 번쯤은 맞는다더라
    Double ○ : 아효, 엄청나게 맞았죠. 그 때에는.


써 놓고 보니 카더라가 대부분 진짜였다 카더라. 지금은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