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지

2007. 4. 26. 13:43예전 글[egloos]

혹시 앞에서 밝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보고 있는 월급쟁이이다.
-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난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혼자 끄적거리지 못하고,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있다는 전제하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즉, 의식하면서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런 문구가 나오는 것이고.

오늘도 뭔가 작업을 하는데, 출력물 작업이다.
출력물 작업은,
해상도와 실제 사이즈를 맞춘 후에,
프린트 DC(Device Context ?)를 얻어서,
그 DC 에다가 뭔가를 그리거나 써 주는 일이다.
꽤 골때리고, 모니터 상으로만 보는 미리보기 따위는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코딩하고,
출력하고,
코딩하고,
출력하고,
이러한 일련의 반복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이면지가 되어버린 A4용지가 열 몇장 쌓였다.
이것도 아낀다고 아끼며 테스트 한 것이 그렇다.
어쨌거나, 해당 작업은 완료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그 용지들은 이면지가 되어버리고 만 것인데,
난 회의나 이런 걸 할 때면 노트를 들고가기 보다는,
악어클립(?)에 백 몇 장에서 이백 몇 장 되는 이면지를 끼워넣은 뭉치를 들고 다닌다.
오늘 발생한 이면지를 거기에 추가하려 하는데,
아무리 봐도 너무 두꺼워졌다.

집에 가져갈까?

집에 가져갈까도 생각했지만, 집에 가져가면 상냥한 내 처는,
"집에도 이면지 많은데..." 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1. 광고 전단지
우리나라가 정말 잘 살게 되었나보다.
어릴 적, 우리 부모님이나 할아버지는 매일 배달되어 오는 신문 사이에 끼어있는 광고 전단을 이면지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혹은, 그것을 잘 잘라서 메모지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여기나 저기나 종이가 넘쳐나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이라는 태클은 죄송하지만 정중하게 사절... 일반적인 내 정도 수준의 사람들 이야기 이다.)
만약 사용하려고 해도,
요즘엔 인쇄 기술이 좋아져서 인지, 광고 전단지도 대부분 양면에 인쇄되어 오기 때문에,
이면지로 사용하려 해도 사용하기가 어렵다.

2. 달력
혹시나 부모님이 이 글을 보시면 놀라워라 하실지 모르겠지만,
난 어릴 적에 매 달 달력을 한 장 찟을 때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간혹 명절이 끼면, 달력은 전 부치고, 고기 굽고 준비한 제사 음식의 깔개로 쓰여지기 때문에
내게 돌아오는 달력 종이가 없어 조금 속상하기도 했던 생각이 난다.
아무튼,
달력을 찟게 되면, 아버지 어머니는 볼펜과 달력을 주면서 "그림 그리면서 놀아라" 라고 하셨다.
달력이 볼펜으로 그림 그리면 놀기에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 볼펜이 살살 잘 미끄러지기도 하고,
- 도화지에 비해 볼펜 똥(이라고 하지요)이 잘 뭉치지 않으며,
- 장당 20원(8절지), 40원(4절지) 하는 도화지에 비해 공짜라는 생각에 부담이 없고,
- 큰 달력의 경우 굉장히 넓다.
는 등등.
아무튼, 좋았다.
주로 그린 건, 섬이 있고, 바다인지 강인지가 있고, 그 섬 내부에 어떤 기지(基地)가 있는 그런 그림.
그려놓고는 맘대로 부수고 싸우고 하는 그림을 그렸다.
섬에 살고, 슈퍼로봇물(보통 기지가 산이나 댐 그런 곳에 숨겨저 있지요.)을 보다보니 그런 그림이 나온 것 같다.



- 아무튼, 오늘도 역시 글 쓰다 보니 제목과 내용이 좀 다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