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8. 18:38ㆍ어설픈 시사
<신지호 의원의 ‘배은망덕’과 ‘적반하장’
재판부 “조선일보 정정보도 안하면 하루 100만원 지급”
‘김성훈 경실련 전 대표, 신지호 의원,조선일보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승소’.
지난 17일 오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언론사에 일제히 발송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보도자료에 설명된 내용을 일별해 보면 다음과 같은 6가지 명제로 정리된다.
(2)김성훈 상지대 총장(당시 경실련 공동대표)은 2006년 10월 10일 이 기고문의 일부 내용이 자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신지호와 조선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3)서울지방법원 민사25부 재판부는 2007년 5월 23일 피고 신지호는 원고 김성훈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고 피고 조선일보는 그 중 1000만원을 연대 배상하는 한편 칼럼이 실렸던 같은 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선일보가 정정보도문을 게재하지 않을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게재일까지 하루 1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4)신지호 의원과 조선일보는 각각 2007년 7월 2일과 3일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5)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 재판부는 2008년 7월 16일 피고 신지호와 조선일보의 항소를 기각하고 소송을 종결했다.
(6)김성훈 총장은 배상금 전액을 자신과 함께 명예를 훼손당한 경실련 및 변호인으로 활동한 안상운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사)언론인권센터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선일보 기자들과 4억원 대의 소송전을 벌였던 기자의 주관적 경험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승소하면 보도하고 패소하면 보도하지 않는 ‘옹졸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
런데 이 대목에서 갑자기 궁금증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보도자료에 설명된 내용만 보도하면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것일까. 이 사건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은 없는 것일까. 보도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니, ‘문의: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이라는 작은 글씨가 보였다.
곧바로 동숭동에 있는 경실련 사무실로 달려가 윤 국장을 만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와의 대화 과정에서 보도자료에는 언급하지 않았던 두 가지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두 가지의 새로운 사실에 굳이 제목을 붙인다면, ‘배은망덕’과 ‘적반하장’이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 배은망덕과 적반하장의 사연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그 배경이 되는 이 사건의 전말부터 짚어보자.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자유주의연대 대표였던 신지호 의원이 2006년 7월 10일자 조선일보 35면에 ‘시민운동,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가?’라는 제목의 시론을 기고했다.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경실련과 참여연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는데, 신 의원은 경실련 지도부의 ‘도덕적 타락’을 지적하며 그 중의 하나로 이런 근거를 제시했다.
“ 연구조사의 결과물을 출판하려는데 그 작업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교수가 자기 이름으로 내겠다고 해서 결국 그렇게 된 일도 있다. 밖으로는 금융실명제를 외치면서 안으로는 원고실명제도 실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교수는 현재 모 대학 총장으로 경실련의 대표적 위치에 있다.”
이 기사를 봤던 박병옥 당시 경실련 사무총장은 곧바로 공문을 발송해 “교수의 실명과 책의 제목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고, 신지호 의원은 7월 31일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교수의 실명 : 김성훈(상지대 총장, 경실련 공동대표)
책의 제목 : 남북경협의 현장(1996년, 시민의신문사)
신 지호 의원이 “연구조사의 결과물”이라고 언급한 책은, 그가 앞에서 스스로 밝힌 대로 <남북경협의 현장>(정식 명칭은 <민족화해의 첫걸음, 남북경협의 현장>)이었다. ‘한,중,일 교역 당사자들, 이렇게 말한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은 경실련 통일협회가 남북경협 연구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대우증권에서 1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조사연구를 진행한 뒤 1996년 5월 13일 발간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누가 만든 것일까. 특이하게도 이 책의 목차 뒤에는 ‘이 책을 만드신 분들’이라는 제목 아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기술돼 있었다.
1. 연구책임자: 김성훈
2. 연구참여자: 장원석, 유재현
3. 현지조사자: 김동규, 윤순철, 전 성, 추장민, 신지호
4. 면담에 응한 분들: 한국 경제인, 재중 조선족 경제인, 재일 조총련계 기업인
5. 연구에 도움말을 해 주신 분들: 이근식(서울시립대 교수), 이장희(외대 교수), 심의섭(명지대 교수), 이상만(중앙대 교수), 이성섭(숭실대 교수), 오용석(경성대 교수)
이와 관련 당시 통일협회 실무자로 참여했던 윤순철 국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
이 책은 조사연구의 동기와 목적, 방법과 대상을 밝힌 서문, 한국편, 중국편, 일본편, 정책대안을 제시한 해제, 부록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당시 통일협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성훈 총장이 처음부터 이 조사연구를 총괄 지휘했다.
김
총장은 유재현 전 통일협회 사무처장 등과 의논하여 경실련 통일협회 실무자였던 김동규와 나(윤순철)에게 국내, 중국 유학생이었던
전 성과 추장민에게 중국, 일본에 유학중인 신지호에게 일본의 조사연구를 맡겼다. 그리고 연구용역 발주처인 대우증권과의 계약에
따라 책의 표지와 판권에는 엮은이와 편자로 박사학위 소유자였던 김성훈, 장원석, 유재현 등 3인의 이름을 적시했다.
‘
저자(著者)’라고 하지 않고 ‘엮은이’ 혹은 ‘편자(編者)’라고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조사연구에 참여한 사람은 물론이고
인터뷰에 응한 사람과 자문한 사람까지 상세히 기술한 것은 표절과 대필이 판치는 최근의 학계 풍토와 비교할 때 도리어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이 책의 발간에 전혀 기여하지 않고도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등 도덕적 타락에
빠졌다고 비판한 것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가 각각 신청한 증인들의 법정 증언 등을 통해 김 총장이 이 책의 발간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사실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음은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구체적으로 인정한 내용들이다.
△“원고(김성훈 총장)는 이 연구 프로젝트의 기획자였다. 아울러 자신의 경력과 인맥을 활용하여 이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이 책이 출판될 수 있었다.”
△“원고는 서문을 직접 집필했다. 그리고 서론 부분을 유재현, 김동규와 협의하여 정리하였다.”
△“원고는 조사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중국측 지인을 소개하여 인터뷰를 주선하였다.”
△“원고는 초고가 작성된 이후부터는 전체 내용과 체계를 다듬었다. 실제로 한국편의 경우 현지조사자들이 작성한 초고와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상당히 달랐다.”
△“원고는 책을 출판하면서 그 표지와 서문 등에 자신을 연구책임자, 자신과 장원석과 유재현 등 3인을 엮은이(編者), 신지호 등 5명을 현지조사자로 명기하였다.”
한 편 앞에서 재판부가 언급한 대로 김성훈 총장은 ‘이 책을 내면서’라는 제목의 서문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경실련 통일협회 일꾼들인 김동규, 윤순철, 전 성, 추장민, 신지호씨 등 여러분의 노고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고 언급, 실무진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 원고(김성훈 총장)는 이 책자의 출판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이므로, 피고(신지호 의원)가 기고문에서 주장한 ‘원고가 이 사건 책자의 출간에 전혀 기여한 사실이 없다’는 부분은 허위라 할 것이다. 따라서 기고문은 위법하게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신지호 의원과 조선일보)은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신 지호 의원의 변호를 맡은 이재교 변호사(뉴라이트닷컴 편집위원장, 자유주의연대 부대표)가 항소 재판 과정에서 “원고가 연구용역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꼬리를 내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실제로 재판부는 신지호 의원의 ‘악의(惡意)’를 의심하기도 했다. ‘저자’와 ‘편자’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언급한 것이다.
“피고(신지호 의원)는 대학 교수로서 ‘저자’와 ‘편자’의 차이 등에 대하여 잘 알 수 있다고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가 위와 같이 기고문을 작성한 것은 원고를 비방하려는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배은망덕과 적반하장의 사연은 윤순철 국장과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나왔다. 윤 국장은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며 주저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
당시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실무자 중에서 제대로 연구비를 지급받은 사람은 신지호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그가 통일협회 간사로
일했고, 외국에서 어렵게 유학 생활을 하니까 경제적 도움을 주자며 김성훈 총장이 제안해 1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기억한다.
참
고로 중국 조사를 담당했던 전 성, 추장민 두 사람에게는 250만원을 지급했다. 경실련 실무자였던 김동규와 나는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그때 우리가 받은 월급이 40만원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배려를 받았던 신지호가 도덕성 운운하며 김 총장과 경실련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인간적 비애를 느꼈다.”
윤 국장은 배은망덕의 사연에 이어 적반하장의 사연도 공개했다.
“
연구프로젝트가 발표되기 이전에 연구비를 지급받은 신지호는 자신이 작성한 원고를 다른 언론 매체에 발표하는 부도덕한 짓을
저질렀다. 연구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가 책이 출판되던 날인 1996년 5월 13일 열렸는데, 사전 통지나 협의도 없이
3월 20일경 발간된 신동아 4월호에 미리 발표한 것이다.
당연히 연구용역을 발주한 대우증권이 거세게 항의했고,
당시 실무진 사이에서는 신지호를 고발하거나 연구비를 회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당시에도 김성훈
총장이 나서서 ‘부적절한 행위임에는 분명하지만 젊은 연구자의 앞길을 막을 필요까지 있겠느냐’며 말렸다.”
배은망덕(背恩忘德)과 적반하장(賊反荷杖).
각각 “남에게 입은 은덕을 저버리고 배신함”과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의도통신 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서울 도봉갑 주민들은 우리의 근태형을 버리고 신지호를 택했다. 다음 몇 개의 링크를 읽어보자
도봉갑 주민 여러분, 뭐 그 당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에 몰빵하자는 게 있었다는 거 알고, 뉴타운 공약에 속을 수 있고, 조선일보를 보다보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라고 생각해 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주옥같은 인물을 선택하시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뭐 전여옥 같은 더 주옥같은 분을 선택하신 동네 주민들도 있으시지만 말이죠, 이 경우에는 좀 그렇습니다. 대인배 근태형을 버리고 이런... 갑갑합니다...
선거운동 당시 뉴스나 신문 기사를 보면서 '이 사람 인상이 좀 그러네... 당연히 김근태가 이기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뭐 그런 거 따지면, 심상정 전 의원도 그렇고, 한명숙 전 의원도 그렇고 모두 안타깝지만, 김근태와 맞붙은 이 신지호라는 (내 주관적으로는) 사람에게 아무리 대세인 한나라당이라지만 귀중한 한표를 던질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거시기한 마음이 좀 있다 그거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