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이유중 하나

2009. 6. 3. 16:04어설픈 시사

제 정치적 성향 중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알고서부터 서거하실 때 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지지해 왔다는 것입니다. 뭔가 좋지 않은 선택을 하셨을 때(이라크 파병, FTA 등등)에도 '어.. 뭐야.. 그래도 뭔가 생각이 있으셔서 그렇게 하셨겠지.' 하는 아주 단세포적인 생각을 가지고 노무현님을 지지해 왔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여러가지 이견이 있으실 줄 압니다. 하지만 본문과는 크게 관련이 없으니 이해해 주세요.)

제가 좀 지조있는 성격이라서, TV프로그램 중에도 그런 게 있는데요, 그건 바로 다름아닌 MBC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한도전 입니다. 개개인의 좋지 않은 언행들로 인해 간혹 눈쌀 찌푸려질 때도 있고, 이번 건 별로 재미 없더라라고 하더라도, 1박2일이나 패떳이 한창 떠오르던 때에도 "넌 뭐가 제일 재미있냐?" 라고 물어도 "난 여전히 무한도전" 이라는 답변을 하고는 합니다. 요새 이간길 아저씨가 들어와서 좀 물흐리는 듯한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뭐 원래 리쌍이라는 팀(?) 자체는 좋아했었기에 큰 부담감은 없습니다.

사실, 무한도전을 왜 좋아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딱히 떠오르는 대답은 없습니다. 성실한 유재석, 센스있는 자막을 넣는 김태호 PD? 하지만, 이번 글에서 쓰고자 하는 내용과 연관지어 말하자면, 일단은 MBC 이기 때문입니다. 9시에 뉴스를 멍하니 보다가도, 내가 MBC뉴스데스크를 보고 있지 않다거나 하면 재빨리 MBC 로 채널을 돌립니다. 예전에 조선일보를 구독하던 때에는(백화점 상품권을 받아버려서 어쩔수 없이 한동안 봤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지금은 끊었어요.), 와이프한테, 우리가 보수진영의 신문을 구독하기 때문에 정신을 좀 정화시키려면 빨갱이 뉴스를 봐야한다고 우기면서 말이죠. 좀 길어지는데, 그런 맥락에서 무한도전의 땅딸막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듯한 센스쟁이 김태호PD는 보수주의자들이 보기엔 빨갱이임이 틀림없습니다. 지난번 MBC 파업 때에도 제작 거부를 했고, 참 마음에 드는 멤버들 모두 불평이 없었습니다.(휴식이 반가웠을까요? 1인자 유재석씨의 부인이 MBC노조원인 나경은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쉽게 불평하긴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아무튼, 우리의 김태호PD가 지난 2009년 5월 30일 무한도전에서도 살짝, 귀여운 일을 냈습니다. 지난 주 인데요, 모든 멤버들이(손을 다친 잔진 빼고) 손을 묶고 각자 하고싶었던 일을 하러 다니는 컨셉이었는데, 마침 MBC본사 건물 내에서 농구를 하러 바깥으로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의도적이었습니다.

언론 노동자 총파업! 방송장악 저지하자!

이렇게 쓰인 플랜카드를 대놓고 3초 정도 비추더군요. 3초, 짧아보이지만, 첨부한 화면을 캡처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거의 정지영상으로 그렇게 내보냈다는 것은? 그걸 보면서 '아... 저건 의도적이다. 이거 월요일 언론에서 말 나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하고 잊고 있었습니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똥을 싸는데, 똥 쌀 때, 전 주로 휴대폰 게임을 합니다만, 누군가가 고맙게도 메트로 신문을 두고 나갔더군요. 슬슬 읽으며 힘을 주고 있는데, 이런 기사가 뜬 겁니다.(사실, 메트로였는지 뭐였는지 지금 글을 쓰려고 찾다가 찾다가 거의 대충 때려 맞춰서 기사를 겨우 찾아냈습니다.)

metro - 2주만의 ‘무한도전’ 현실 인식 가미 굿!
(이 기사를 써 주신 metro 편집진도 대단하십니다.-작성자 이름을 찾을 수가 없네요.)

해당 기사 끝자락
이 짧은 순간은 편집에서 잘려나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도된 것이 분명하지만 ‘무한도전’의 흐름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 그건 세련된 태도다.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을 보며 지난 일주일의 슬픔을 잠깐 잊을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기분 좋게 웃는 중간에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푸하하... 이거 한 번 써야겠다. 무한도전 제작진, 김태호 PD 한번 칭찬해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쓰는 겁니다. PD수첩에 이어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까지. MBC 힘내십시오. 좀 많이 까이는 듯 하지만, 이렇게 은근히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태호PD - 폼 잡으니까 잘생겨 보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