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어의 사용 - 차치(且置)

2009. 6. 24. 10:57읽든지 말든지

예전에 신문을 보다가, 무슨 사설인가? 에서 "차치"(且置:내버려두고 문제 삼지 않음)라는 단어를 문제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꽤 오래전이라 무엇을 깠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아무튼, 어떤 글에서 "차치"라는 단어를 썼는데, 굳이 그 단어를 쓸 필요가 있었는가, 예를 들어 "그녀의 초상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라는 부분을 "그녀의 초상권 문제는 둘째치고" 또는 "그녀의 초상권 문제에 대해선 내버려 둔다 해도" 등등으로 쓰면 읽는 사람이 "차치"라는 단어를 모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이건 뭐 무슨 법원 판결문도 아니고 왜 읽는 독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느냐... 라는 내용의 글이었어요.

저는 그 때 "차치"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습니다. 학창시절 그다지 공부를 잘 한 건 아니지만, 국어 보다는 영어/수학 점수가 좀 높은 자연계열이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말에 대해 잘 모릅니다. 게다가, 제 학창 시절이 "~읍니다" 가 "~습니다"로 바뀌던 시절이라 그거 적응하는 것도 애먹었고요. 아, 맞다, 어머니가 제 사촌동생들에게 제가 보던 동화책을 물려주려 했는데, 중학교 국어선생님이셨던 작은어머니는 "아, 그거 개정되기 전 동화책이라 애들 읽으면 안돼요." 라며 거부하셨던 기억이 나는군요. 어쨌거나, 아, "차치"가 그런 뜻이었구나, 그리고, 어려운 단어였으니 내가 지금까지 몰랐다 하더라도 그리 쪽팔린 건 아니로구나...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제가 그 단어를 알게 된 이후로 "차치"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는 겁니다. 특히, 그 신문에서 말이죠.(조선일보였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 끊었는데, 열혈 독자이셨던 우리 부모님은 신문 보급소장과 대판 싸우고 끊으시더군요. 조선일보 무척 보고싶으실텐데,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보니 좋다 하십니다. -_-;;) 아무튼, 그 이후로는 오히려 반갑게 "차치"를 읽었습니다. 무언가 모를 우월감을 느끼면서.

이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아 존나 웃겨. 사람들, 네티즌들 무슨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단어(아, 제 기준에서 입니다)를 쓰면 자신의 글이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지, 이 "차치"라는 단어를 자신의 글에, 댓글에 막 사용하는 겁니다. 사용하는 걸 뭐라 하는 건 아닙니다만, 문제는 이 사람들이 어디에서 얼핏 들은 단어를 쓰느라 "" 가 아닌 "" 라고 쓰는 겁니다. 굳이 이렇게 제가 블로그에 글을 올릴 정도로 많이들 사용하십니다. 좀 답답합니다.

구글검색 : 차지하더라도
(당장 밑에 "이것을 찾으셨나요? 차치하더라도  " 라고 뜹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단어 말고도 유명한 거 많죠. 잘 기억 안 나는데,
청화대, 어의없다, 등등.
참 예전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계속 업데이트 한다한다 했는데 잘 안 되는군요.
맞춤법에 대한 노력(2008-10-20)

* 지레 겁먹고 덧붙입니다. 한글은 참 어려워서, 띄어쓰기나 기타등등 트집을 잡다 보면 틀릴 수 있습니다. 지금 쓴 제 글도 출판사에 가져가면 수정부호가 엄청나게 붙겠죠. 제가 지적하는 것만 봐 주세요. 서로서로 견제하다 보면, 모두 다 한글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 이라는 생각에 용기내어 쓴 글 입니다.

FC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출처:eitb.com)

차지게 지은 밥(출처:[알라딘서재]일상의 황홀: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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