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야할 것도 안 주는 못난 회사

2015. 6. 3. 10:11읽든지 말든지

2년 전에 이직을 했습니다.

제 직종은 소프트웨어 개발입니다.


이전 회사는 대학 학부 졸업하자 마자 13년을 다녔고, 지금 회사는 어제(맞나?) 부로 딱 2년 다녔습니다.


이전 회사는 참 이상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글을 쓰는 것도 그것 때문이죠. 이직하던 그 해 초, (이전)회사에서 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팀원은 10명 정도 였는데, '우왕 나도 이젠 대장! 직원들 좀 편하게 해 줘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위에서는 뭐 해라 뭐 해라 일정을 빠듯하게 쪼아대고, 팀원들도 몇몇을 빼고는 "아 그거 못해요, 어려워요.." 이러는 새끼들이 있어서(그것도 대리, 과장이라는 것들이), "그럼 이리 줘, 내가 할게." 하고서는 하루 이틀 야근해서 다 해 놓고. 팀장이라고 이리저리 크고 작은 회의 끌려 다니다 보니 아이고 힘들어 지쳐서 이직을 결심하고 지금 회사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면접 볼 때, 기술면접, 임원면접 둘 다 들어가서 제 생각을 확고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가족과 보낼 시간을 너무 주지 않아 이직하려고 하는 것이니, 이 회사의 분위기가 그러한 것을 배려해 줄 수 있는 것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이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의 80%를 받기로 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작은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2년이 지난 지금 현재도 꾸준히 적절하게 연봉 상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회사의 연봉보다는 좀 적게 받습니다. ㅠㅠ)


그러나, 이 글을 쓰게된 중요한 점.


이전 회사의 연차 휴가에 대한 이상한 회사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1. 일단은 연차 휴가를 다 못 써도 연차수당을 주지 않는다. 지금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에서는 아니 그런 회사가 있나? 말도 안돼! 하겠지만, 연차사용촉진 관련 서류(연차포기각서)를 제출하게 하죠.
  2. 연차를 쓰는 건 항상 눈치 보인다. (심지어 바쁘지도 않고, 당장 내가 뭐 해야 할일 도 없는데도!!!)
  3. 금요일 또는 월요일에 연차는 거의 불가능
  4. 위와 같은 이유로 샌드위치 데이 연차는 거의 불가능 (10명 중 1명 정도 허가)


지금 회사는?

  1. 이건 사실상 이전 회사와 같아요. 연차를 사용치 않았을 때에는 포기각서(?) 따위 받는 게 아니라 반드시 연차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2. 연차는 그냥 내고 싶을 때 낸다. (심지어 바쁠 때, 당장 내가 뭐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아 물론, 연차를 내고 그 앞 뒤 며칠 간은 야근을 해서라도 일정에 맞춰 개발을 완료하거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3. 금요일 연차를 써도 평일 연차를 내는 것과 동일. 단, 월요일엔 전체 회의가 있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월요일엔 좀 지양하는 것을 부탁합니다 라고 윗선에서 이야기 함.(그런데, 실제로 올해에도 금, 월 연차 쓰고 놀러 다녀온 적이 있어요.)
  4. 샌드위치 데이 연차는 샘숭 같은 대기업처럼 "혹시 쓸 사람?" 하고 묻는 분위기

오늘(수요일), 이번 주 금요일에 출발해서 2박3일 동안 어디 좀 가려고 오후 반차 휴가원을 제출했는데, 아무 말 없이 그냥 "응, 다녀오세요." 라는 말을 듣고 룰루랄라 하다가 글을 씁니다.


제가 올해에만 금요일 반차를 4회 정도 사용한 듯 한데요, 이전 회사 같으면, "넌 찔끔찔금 그것도 금요일에, 미친거 아냐?" 라는 말을 들었을 거에요.

이게 뭡니까? 직원들한테 욕 먹으면서 회사가 발전하길 바라는 건가요?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다니는 회사는 100점 만점은 못 줄 지라도, 어느 정도 만족하며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하하.

연봉은 어쩔겨...


올 봄, 금/월 휴가 내고 놀러가서 해먹에 누워 찍은 사진을 짤방으로 바치며, 글을 마칩니다.

(제 크록스는 밴드가 뜯어졌네요. ㅋ)


글 써 질러 놓고 문제의 소지가 있어 덧붙입니다.


이전 회사의 팀원 중, "아 몰랑, 나 못해~" 라고 했던 친구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비슷한 뉘앙스로 말하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문제는 제가 볼 땐 할 수 있는 거라는 거죠. 실제로 제가 짧게는 하루, 길게는 2,3일 만에 처리를 했고요. 그러면 그 못한다던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하죠. "아... 그렇게 처리하려고 했던 거에요? 뭐 저도 하겠네요." 라고요. 정말 열이 받았죠 그 때는.


그리고,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저도 이전 회사에서는 단순 개발자로서는 승승장구 한 편인데요, 팀장을 맡고 나서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리더쉽 뭐 그런 거 부족일 수도 있고, 천성적으로 누구에게 지시하는 것 보다는 아 그냥 내가 좀 고생해서 해 버리고 말지 뭐 하는 못난 성격이라서, 팀장으로서는 실패한 인간이었습니다. 실제로 팀장 제안은 그 이전부터 받아왔지만, "저는 그런 그릇이 못 됩니다." 라는 말로 몇 번 고사했습니다. 지금 회사요? 지금 회사에서는 앞선 글에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으나, "제발 부탁입니다. 어디 장(長) 같은 건 시키지 말아 주세요." 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지금은 그냥 팀원 입니다.


언젠가는 사람을 부려야 할 때가 오겠지만, 그 "때"가 되도록 늦게 왔으면, 가능하다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저보다 어린 친구가 제 보스로 와서 저를 사용(?)할 때 불편한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지금 (저보다 연장자인)윗사람을 잘 보필하여 오래 근무하게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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