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경부운하,블로그

2008. 2. 14. 11:28읽든지 말든지

1. 추적60분 - 물길탐사 경부운하 540km를 가다
어제 집에 와서 TV를 켜 보니(집에 오면 불 켜고, TV 켜고. 습관적이다.) 추적 60분 방송을 하고 있었다.
경부운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난, 보는 내내 제작진의 시각 또한 반대 입장에 있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다. 어릴 적, 저녁 5시(6시?4시?)인가 되면, 갑자기 애국가가 흘러나오며 재빨리 근처에 있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서 있었으며, 교실 칠판 위에는 태극기와 함께 전두환의 사진이 걸려 있는 걸 보며 학급의 몇몇 친구들의 '전두환 각하처럼 훌륭한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는 장래희망 발표를 듣고 지냈고,(난 예나 지금이나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라는 말만 했었다. 때문에 적극적인 장래 모색이 부족했는지 지금 그냥 그렇게 가끔 삼겹살에 소주 먹고, 아아주 가끔 소고기에 소주 먹고, 그러고 산다. 아무튼) 극장에서 보는 만화영화나 명절 때 방영해 주는 만화영화, 뭐 똘이장군이나 해돌이 모험 등의 반공 만화를 보며 자랐기에 북한의 괴뢰군은 모두 늑대이고, 김일성은 뚱뚱하고 맨날 고기를 뜯어 먹다가 나중엔 알고보니 돼지였다는.. 뭐 그런, 북괴는 적이다. 미국은 좋은 놈, 소련은 나쁜 놈 이런 말을 중얼거리며 다니다가, 어머니에게 나쁜 사람에게라도 '놈' 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거라 하는 말씀을 듣고, 아, 그럼 미국은 좋은 사람, 소련은 나쁜 사람이구나아~ 하며 뭔가 좋은 것과 나쁜 것, 우리 편과 상대 편의 개념이 확실했는데, 이는 멍청이 영삼이가 대통령이 되어 여러가지 규제가 풀려가고(아마 그 때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극존칭을 안 붙이기 시작하지 않았던가... 우리 물태우님은 잘 기억도 안 나는 구만...), 우리 김대중님이 대통령이 되는 시점에는 점차 아, 뭐가 나쁘고 뭐가 좋은 건가, 우리 편은 누구이고 상대(나쁜) 편은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잠깐 하다가 군 입대를 하니 다시 북괴, 우리의 주적! 뭐 이런 말을 들으니, 아, 그렇구나, 겉으로는 저렇게 좀 유해진 것 같아도 그게 아니었구나... 잠깐 생각이 들다가 다시 전역하니 더 크게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피아 식별의 불분명함. 게다가 늦게 보기 시작한, 전쟁 미치광이었던 일본애들이 만든 건담이라는 로봇 만화를 보다 보니, 아, 이런 애니메이션에도 이렇게 누가 적이고 누가 우리편인지 애매한 뭐 그런 내용을 그려냈구나... 하는 생각에 좀 더 고민.
어쨌거나, 앞 얘기가 좀 길었는데,
추적60분을 보니, 일단, 현 시점에서는 경부운하 찬성 쪽은 내 적이고, 경부운하 반대 쪽은 우리 편이다 하는 생각이 좀 더 확고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참여한 사람들도, 내 적은 인상이 아주 고약해 보였으며, 반대 하는 우리 편은 인상도 부드러워 보이더라. PD수첩은 화요일, 추적60분은 수요일이 방영 요일이라, 타 언론의 관심은 PD수첩이 더 많이 받았으나, 오히려 내용에 대한 충실도는 추적60분 쪽이 충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부운하를 추진하는 측의 주장들은 좀 터무니 없는 것이 많았다. 다리도 없애야 하고, 농민들이 물을 끌어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며, 문화유적이 물에 잠길 수도 있다. 물론, 생태계의 파괴는 기본이고, 문경새재를 통과하기 위한 터널 공사로 해당 지역이 붕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야, 이거 정말 착고하면 좆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너무너무너무 많이 들더라. 특히 끝자락에 보여줬던 건설사들의 설문조사는 '허-' 하고 탄식만 나왔다. 참여할 의사는 있는데, 민자유치만으로는 할 의사가 없고, 경부운하로서 벌어들일 수 있는 이득에 대해서도 물류 운송에 따른 이득 보다는 주변 개발권에 대한 욕심만 있었다. 돈에 대한 욕심 뭐 나쁘다고만 할 수 없겠지만, 씨발 이건 아니다 싶다.
주변의 어른들, 이번 대선 때에 MB에게 표를 던진 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 분들 중 대부분이 그래도 경부운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아, 그러게 어쩌라고, 뭐 하긴 MB 의 상대 진영에는 좀 뒤떨어지는 후보였다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니다. MB의 선거공약의 핵심이 경부운하였구만, 정책을 보고서 뽑아준 게 아니란 말 밖에 더 되는가. 전형적인 극 보수인 내 친구중 하나도, 선거철에는 "경부운하, 좋잖아!" 라고 하다가, 요전번에 만나니 "뭐, 아님 말고..." 라는 말을 하더라.

좋다. 그런 걸 비난하거나 뭐 왈가왈부 하는 건 뭐 관두고, 어쨌거나 합심해서 경부운하 착공을 막아야 한다.
우리 조카들, 우리 자식들에게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미래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앞으로, 경부운하에 관한 글은, 대운하, 한반도 대운하 라는 명칭을 지양하고, 그냥 경부운하로 간다.
난 좀 경부운하에 대해 좀 씹어야 속이 시원하겠다.

2. 블로그
원래 홈페이지가 있었다. 하이홈 좀 쓰다가 유료화 한다 그래서 뭐 HTML 도 약간 끄적거릴 수 있겠다, 다른 곳 유료 계정을 해마다 돈을 내며 사용했다. 그런데 당시 싸이월드가 뜨던 시절이 아니라서 그런지, 얼렁설렁 대충 글 쓰고(HTML, 제로보드 등), 사진 좀 올려놓고 횡설수설 하다보니 친구들, 주변사람들이 몰려와서, 무슨 휴대폰 문자 보내듯 안부를 적는다. 그러다가 부모님께도 공개가 되었다. 부모님도 마치 메일로 써서 보내도 될 듯한 내용을 내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로 올려 놓으신다. 이건 상당히 민감한 문제인데, 뭐 그런 모임의 성격을 갖춘 외부인 비공개 형태의 홈페이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점이 많았다. 게다가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뜨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홈페이지 방문자들은 싸이에 무슨 셀카 등등 올리면서, 나 보고도 싸이해라, 요즘 싸이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등등의 이야기를 하며 압박을 해 오더라. 그래서, 싸이 미니홈피를 만들었는데,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그냥 홈페이지 주소 하나만 덜렁 적어 놓았다. ㅎㅎ
아무튼,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쨌거나, 내 홈페이지는 어머니, 아버지, 이모, 삼촌, 사촌, 친구들... 모두 들어와서 그냥 자기들 얘기만 한다. 어떤 어르신은, 사진 몇 장 보시더니, '요새 술 많이 먹는구나, 술 좀 줄여라' 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뭔가 도망갈 곳이 필요했다. 현실 세계의 지인들은 모르는 그런 공간을 원했다. 그래서 몰래 만들기로 했다. egloos 에. 거기에서 맘대로 했다. 조또, 시발 욕도 막 섞어가면서 글도 쓰고, 뭐 이런저런 사진도 올리고,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은 야한 사진도 올리고.... 그런데, 좀 지내다 보니, 아니 이글루스가 SK로 넘어간다네? 난 휴대폰도 KTF 만 계속 써 왔기에, 뭔가 연관지어 득이 될 게 없다 싶었고, SK라는 기업 자체에도 반감이 좀 있던 탓에 여기저기 흝어 보다가 결국 이곳으로 왔다. 카테고리 상의 예전 글이라는 부분은 그 이글루스 시절의 글들이다.(졸라 쓰레기 같은 글, 그냥 뭐 퍼와서 올린 글 같은 건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일반 홈페이지로부터 이글루스로의 이동은 확실한 이유가 있었는데, 티스토리로 오게 된 건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이 뭐 병... 왜 그랬지? 아무튼 여기로 올 당시에는 초대장이 꼭 있어야 한다는 얘기에 아, 그건 어떻게 받아낼 까... 쓸 데 없는 고민을 엄청했는데, 다행히 고마운 분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으셔서, 수월하게 초대장 득! 아무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현실 세계의 지인들에게 여기를 공개하지 않은 건 참 잘한 일이며,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막 생각드는데라 마구마구 글을 적는다는 거 얼마나 행복한 건가...
혹시 모르지 누군가 눈치채고 투명인간처럼 숨어 보고 있을지도.

그래도 사진 한 장 정도는 있어 글 읽을 맛도 나지.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 Paper Craft : 프린트해서 만들어 보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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