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의 프리킥

2008. 10. 27. 11:12읽든지 말든지


C.Ronalo's Freekick

축구를 즐겨 보고, 또 합니다. 잘 하는 편도 아니고, 체력까지 약해서 시합 시작 후 약 5분 정도가 지나면 죽지 못해 뛰어다니며 후회도 합니다만, 그래도 며칠 공을 차지 않으면 그 힘들었던 기억은 잊은 채 다시 운동장으로 나가지요. 체력이 후달리는 관계로 수비수를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또래, 또는 그 이상 나이 먹은 분들보다 여전히 킥력은 조금 있어서 간혹 문전 앞의 프리킥 등이 있을 때에는 제가 종종 차는 편입니다. 어릴 적, 중,고교,대학 시절까지는 프리킥을 찰 때에는 예전의 베컴이나 이천수처럼 약간 인사이드를 이용한 감아차기를 했는데요, 언젠가부터 호날두의 무회전 슛이 대세가 되어 가면서 이젠 가끔 그렇게 찹니다.(대학,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는 체력도 괜찮고 주력도 좀 되어서 윙포워드가 주 포지션이었는데 아쉽습니다. 좀 더 체력 관리를 해서 다시 그 포지션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무회전 슛을 시도하는데, 거의 들어간 적은 없었지요.

그러던 중, 어느 날 국제 규격의 인조잔디 축구장에서 시합을 뛴 적이 있었는데요, 페널티 서클보다 대략 열 걸음 정도 떨어진 부분에서 프리킥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동네축구장과는 달리, 그 정도 거리이면 꽤 먼 거리였습니다. 제가 차 보겠다고 나서자, 그래 그렇게 하렴. 경기도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라, 실패했을 때에 빨리 제 포지션인 수비로 복귀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적은 상태였습니다. 우리 팀의 주장인 분은 저에게 옆으로 돌리거나 살짝 띄워 차라는 주문을 하시고는 힘차게 앞으로 달려나가셨습니다. 아... 저 얘길 듣고 그냥 툭 옆으로 또는 띄워서 차 줘야 하나, 아니면 밤마다 야동 보는 시간을 줄여가며 시청하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보던 호날두의 무회전 슛을 이번에도 한번 시도하나... 거리가 좀 먼데... 하는 고민을 좀 하다가, 얼레? 그래도 국제규격이라 사람들이 그런 걸 인지했는지, 아니면 이 거리에서 슛을 할 리는 없다라고 생각했는지, 벽을 쌓은 상대편 아저씨들이 거의 8~9미터 떨어진 곳에 벽을 쌓는 겁니다.

'이건 넘길 수 있다!'

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골대의 방향만 확인한 후에 공만 바라보면 오로지 공에 집중하며 스텝을 밟아 나가 엄지발가락 등 부분으로 찬다는 느낌으로(이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 발등이냐 발가락이냐) 그냥 내질렀습니다. 들어갔습니다. 사실 이렇게 골을 넣은 뒤에 여기저기 떠벌이며 다녔는데, 역시 여성분들은 (수비수 주제에) 그냥 한 골 넣었구나 하는 정도의 반응이더군요. 물론, 같이 시합을 뛰었던 사람들은 모두 근래 보기 드문 베스트 골이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렇게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어쨌거나 자랑을 하기 위함이 첫번째이고, 혹시 궁금하여 호날두의 프리킥으로 웹 이미지 검색을 해 보았더니, 동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제가 찰 때와 상당히 비슷한 이미지를 보게 되어서 입니다. 뭐냐하면... 아래에 제가 수집한 이미지를 붙이겠지만, 상당히 몸을 숙이고, 다른 때에 공을 차는 자세와는 달리 완전히 공을 정면에 두고, 정확하게 차려는 좀 엉거주춤한, 어떻게 보면 베컴의 멋있는 자세와는 거리가 먼 폼 입니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모든 스포츠는 일단 자세만 잘 나오면 일단 반은 먹고 간다 뭐 그런 얘기 말이죠.(골프와 같은 스포츠에서 그런 면이 더 두드러지겠지요.)

남들이 보기엔 안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제 느낌은 아래의 사진에서의 호날두와 거의 유사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만 마치면 너무 영양가 없는 글이고, 엄청난 초보인 제가 몇 가지 프리킥을 성공시켰을 때의 경험담을 말씀드리자면,

초보자의 경우 무회전을 찰 때에는 차는 사람 본인도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게 될 지는 모릅니다. 또한 무회전슛 자체가 검색해 보시면, 공기의 흐름이 불규칙하게 되어 골키퍼 앞쪽에 갈 때 즈음이면 엄청난 흔들림 때문에 골키퍼 정면으로 날린다고 해도 골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일단은 골키퍼 앞이든 뭐든지 간에 구석으로 날려야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은 좀 버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무회전 슛이 아닌 다른 프리킥도 마찬가지 이지만, 골대 방향을 확인했다면 그 이후에는 골대나 선수들의 위치 보다는 공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좀 더 정확한 임팩트를 주어 제대로 찰 수 있겠죠. 발가락이냐 발등이냐 발 안 쪽이냐는 각자 느낌이 다를 수도 있고 여러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저는 잘 모른다(-_-;;)는 의견이고요, 끝으로, 예전에 프리킥에 대한 TV 프로그램에서 비운의 스타 고종수 선수가 했던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벽을 넘기기 위해서 높이 차야지 하는 생각 보다는 벽 쌓은 수비수의 머리를 맞춘다는 느낌으로 차면 항상 공은 그 머리 위로 넘어간다. 라는 얘기 입니다. 이건 정말 엉뚱한 듯 하지만 맞는 이야기 인것 같군요.
* 축구 잘 하시는 분을 많을 텐데, 제가 괜히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은 듯한 느낌이군요. 어디까지나 재미로 공을 차는 30대 배 나온 직장인의 얘기로 들으시면 됩니다.

다음에도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기회가 올까요? 이런 게 살다보면 정말 행복한 일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부록 : 2008/04/15 - [읽든지 말든지] - 패션리더 호날두가 추천하는 그 패션


준비자세 - 이거 따라하는 사람들 많죠.



임팩트 순간 모음 - 정말 폼 이상해 보입니다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임팩트 후 - 이렇게 보니 약간 발 안 쪽으로 차는 것 같기는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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