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쏴 문화

2009. 3. 27. 09:39읽든지 말든지

* 좀 지저분한 이야기 일 수도 있으니, 비위가 약한 분들의 식전/식후라면 읽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편이고, 회사까지 걸어다니기 때문에(자전거를 타다가, 바지 우측단을 묶어야 하고 차량들의 위협 때문에 걸어다닌지 꽤 되었습니다.) 회사에 도착할 즈음이면 배에서 신호가 옵니다. 게다가 어제 저녁에는 소주 1병, 맥주 3잔 정도를 마시고 잤는데요, 음주를 한 다음날엔 시원하게 일을 보는 편입니다.

오늘 좀 일찍 출근했습니다. 출첵을 하고 화장실로 갔는데, 오호 운 좋게도 오늘 좌변기의 첫 사용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짐작한 이유는, 우리 회사 화장실엔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데(룰루는 아닙니다 어디거였더라? 응? 룰루의 광고가 너무 강렬하게 인지되어 있어 룰루 말고는 무슨 브랜드인지 기억도 못하는 군요. 아, 집에 건 대원비데. 아시나요?),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가 청소하고 난 뒤에는 좌변기 시트를 올려 놓으시거든요. 게다가 주변도 깨끗했고, 휴지통도 깨끗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상 제가 첫 사용자라는 판단을 한 것이지요. 아무튼, 덕분에 즐겁게 용변을 보았습니다.

제가 비위가 좀 좋은 편이라, 주변 분들과 화장실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 예전에 학교 다닐 때에나 회사 들어와서나 좌변기에서 볼일을 볼 때에 웬만큼 지저분하거나, 물기(?)가 남아있거나 하지 않은 경우에는 좌변기 시트를 닦지 않고 앉아서 일을 봤습니다. 그런 의견을 이야기 했더니, 그 분은, 거기 어떤 사람이 앉아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닦고나서 볼일을 봐라... 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대화 이후에는 닦아서 일을 보는 편입니다.(오늘은 제가 청소 후 첫 사용자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그냥 앉았지만 말이죠.) 그런데 그 대화 중 여러가지 재미있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좌변기 물 내리는 버튼을 발로 누르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 충격적이었습니다. 여자분들은 변기가 좀 지저분하다고 생각이 되면, 변기 시트를 발로 밟고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이야기도 충격적이었고요. 또 휴지로 뒤를 닦을 때에 뒤로 닦는지, 앞으로 닦는지도 각자 다르고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라는 배우가 등장하던 시절엔, 그 정도로 날개근육(활배근? 인가요?)이 있는 사람들은 뒤로 닦으려고 해도 할 수 없다... 등등. 어쨌거나 이러한 화장실 문화의 다양성은, 화장실이 얼마 안 되는 밀폐된 공간이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 듯 합니다. 정말 어릴 적 똥/오줌 가릴 때 즈음해서 부모님이 가르쳐 주시는 것 말고는 어느 정도 나이 먹으면서 부터는 완전히 혼자 지내는 공간이 되니까 말이죠.(군대, 야영 등 특수한 상황 제외)

그리고, 이제 좀 쑥스러운가(?) 싶은 이야기 입니다. 작년 언젠가 부터, 집에서 소변을 볼 때에 앉아서 일을 보고 있습니다. 터프한 이미지의 배우인 최민수도 아내를 위하는 마음에 앉아서 일을 본다고 했었죠. 그런데, 최민수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가 기사화 되었을 때만해도, 저는 서서 일을 보았습니다. 그런 저였기에 "에이 남자새끼가 쪽팔리게 서서 일을 봐야지..." 하고 궁시렁거렸습니다. 그러던 중, 주변의 어떤 존경스러운 인물이 앉아서 일을 보신다는 겁니다. '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도 한번 그렇게 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 이거 좋은 겁니다. 제가 그 동안 서서 일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는 사람이라서 주변에 소변 방울이 좀 튀거나 하면 휴지로 닦아내거나 물로 씻고 나오고 그랬는데, 아예 앉아서 일을 보니까, 그런 수고스러운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죠.(공중 화장실에서는 닦아서 나오고 그러진 않았습니다. 좋지 않은 습성이었죠) 와이프도 좋아하기는 커녕 "왠일이래? 왜그래?" 이런 반응이었습니다만, 나중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혹시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 좋은 핑계거리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문 잠그고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여기에선 남자들이겠죠)들이 제가 앉아서 일을 본다는 걸 알 리도 없지만 말이죠. 좋은 핑계거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어요. 굳이 말하자면
  1. 행여나 주변에 내 흔적이 튀었을 때 닦고 나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2. 배우자(딸이 생기면 딸도)가 좋아한다.
  3. 솔직히, 좌변기는 말 그대로 좌변기. 앉아서 일을 보는 변기이다.
저 핑계거리 중 좌변기는 좌변기이다 이건 어쩌면 대발견 입니다. 원래 앉아서 일을 보도록 만들어진 게 좌변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좌변기인데, 왜 앉아서 일을 보는 게 이상하다라고 하는지 말이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쉬운 건, 제가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 이 방법도 여러 사람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이 얘긴 또한, 제 생각을 강권하는 거 아닙니다. 그냥, 그게 맞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회사나 공공화장실 가 보면 편리한 소변기도 있잖아요 뭐.

* 아 시바, 이전 글에는 범죄행각, 이번 글에는 앉아서 소변. 이거 참 블로그를 비밀스럽게 운영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군요.

외국의 어느 화장실 안내판

앉아서 싸는게 어렵다면 이런 방법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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