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돌려막기

2009. 2. 2. 10:46어설픈 시사

저도 이제 삼십대 중반.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저 또한 괜히 "어설픈 시사"라는 분류를 만들어 놓고 뭔가 끄적거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뭐가 맞는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저, 예전부터 노빠였기 때문에 현 정권에 대해선 은연중 반대 입장이긴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주장하듯, "투표하지 않은 새끼는 정치인들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 말라." 는 주의 입니다. 예전에 언급했는지 모르겠지만, 까댈거면 우선은 내가 그들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 까댈 권리가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최근까지 선거에 소홀히 하셨던 분들은 다음 부턴 투표 좀 꼭 해 주세요.

제 나이 또래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많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관심이 좀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저처럼 좌파 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좌파이면서 인터넷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이 여론은 지금의 MB 정권과 한나라당에 반대를 하고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은근히 인터넷따위 보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 중엔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습니다. 제 친구 중 2명 정도가 한나라당을 지지합니다. 그 중 한명은 제가 좀 극 노빠이듯, MB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대학시절 데모도 좀 하고(생각해 보니 그 시절은 DJ 정권 시절이었군요. 좌파 정권) 그랬던 친구라서 좀 왼쪽인 줄 알았는데, 이 친구가 오른쪽이라는 걸 알게 된 건, 2002년 대선 결과 발표 이후 입니다. 저는 강남의 어느 삼겹살집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 확정 발표를 보면서 너무너무 신이 났는데요, 주변에는 좀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서 무턱대고 좋아할 수는 없었습니다. 주변 어르신들이 이회창씨의 낙선에 너무 우울해 하는 기색이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노무현 당선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 친구에게 전화를 했지요. 그 때까지 이 친구가 좌파인 줄 알았거든요. "야, 신난다, 노무현이 됐다!" 라고 하자 그 친구는 우울한 목소리로, "너 몰랐냐? 난 이회창 찍었는데..." 아, 내 친구라 정치적 노선까지 나와 같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친구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솔직히, 기독교(개신교) 신자들과 암웨이 등 다단계 하는 친구들, 지인들에게는 서슴없이 뭐라 하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이놈의 정치 쪽은 개신교, 다단계처럼 극단적으로 배척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특히 주변 어른들께서 "너 임마 지난번에 노무현 찍었지!" 하며 뭐라 말을 듣는 제 입장에서 조갑제나 지만원, 신지호 등 리얼 또라이들이야 마구 까댈 수 있지만, 간혹 초당적인 발언을 하셨던 김용갑의원 같은 분의 얘길 들으면, '정말 이 사람은 정권유지보다는 우리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좀 샜는데요, 아무튼, 이 친구는 공부도 좀 많이 한 녀석(다방면으로, 특히 경제학 쪽)이라서,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상당히 현혹(?)됩니다. 또 착한 친구라, 제가 노빠라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을 해 주기 때문에 큰 논쟁같은 건 벌어지지 않습니다만, 최근에 이 친구에게 요상한 이야기를 들어서요. 대충 요약하자면, "지금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MB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가 돈줄이 말라서 굶어죽으려 하는 판국에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세계 경제가 되살아날 때 까지 우리 국민들은 내수 진작을 통해, 그 때 까지 꿋꿋하게 살아남아야 하는데, 4대강 정비사업 같은 것으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풀면, 그 돈이 곧 이 나라 경제의 윤활유가 되어 경기가 좋아질 때 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뭐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약간 비꼬면서 또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싶어 물었지요. "그럼, 니 얘기는, 돈이라는 것이 돌고 돌아야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이고, 실제 유통되는 돈이라는 게 실제 존재하는 돈 보다 훨씬 많아야 경제가 돌아간 다는 얘기인 것이고, 니 말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왠지 카드 돌려막기 같은 방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냐?" 라고 말이죠. 그 친구의 답변은 "그렇지!" 였어요.

재미있는 논리입니다.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세월 세계 경제가 아니 미국 경제가 호황인 것 처럼 보인 것은, 대출, 신용카드 뭐 이런게 쉬우니 사람들은 실제 돈도 없으면서 자신의 처지에 과분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산 것입니다. 저처럼 남 돈 쓰기 싫어하는 사람 조차도 전체 자산의 20% 정도는 대출이니까, 남의 돈 끌어다 쓰길 좋아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빚이 있으면, 먹는 거, 입는 거 줄이고 살아야 하는데, 저 또한 새로나온 차가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으니 말이죠.

재미있고 맞는 이야기 인듯한 논리라고 하더라도, 그럼, 다시 예전처럼 우리 국민끼리 돌려막기 하면서 살면, 그렇게 살면서 버티다 보면, 자동차 시동 걸듯이 세계 경제가 시동이 걸려 다시 활발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게 좋은 걸까요? 살 길은 그것 밖에 없다, 돌려막기. 이것을 받아들여야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그리고, 그 돌려막기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뭔가 통제되는 사회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다시 우리가 잘 살게 되었으면하는 바램 뿐이고, 그 잘 산다 라는 것이 서로 으르렁 거리며 살지 않는 행복한 민주주의 인지, 아니면, 뭔가 자유는 억압당하면서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 친구에게 설득된 건 아니고요, 재작년 까지만해도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 들었던 아이슬란드가 얼마 되지도 않아 부도(不渡) 국가가 되어버린 것을 보면, 그 전국민 돌려막기도 그리 좋은 방법 같지는 않은데, 그저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기를 갈망하는 우리나라의 처지가 아쉬울 뿐입니다. 그 친구는 왜 돌려막기로 처해진 현상황에 대한 극복의 방법으로 다시 돌려막기를 생각하는 것일까요?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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