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2009. 1. 22. 15:16어설픈 시사

▶◀ 철거민 사망자 다섯분, 명령에 따르다 돌아가신 경찰특공대원의 명복을 빕니다.



직접 연관이 없고, 정확한 전후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콕 집어서 이야기는 못하겠지만서도, 철거민 분들이 신너통과 화염병을 들고 있는 상태인데(그 분들로서는 죽기아니면 까무러치키다 라는 마음으로 시위를 한 것이겠지요. 정말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길 바라면서 말이죠.), 경찰 지휘부는 시위대에게는 가혹하고, 경찰에게는 관대한 이 정권을 믿고서 그냥 밀어붙인 건 아닌가 싶어서, 서울시장이나 용산구청장 등이 먼저 나서서 이러실 게 아니고, 우선은 협상에 임하겠다 하면서 좀 달래드리면서 대화로 임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은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같지 않지만, 예전, 특히 작년 초 총선 때에는 서울 지역의 선거구들은 거의 대부분이 뉴타운 관련 공약이 핵심이었어요. 유권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뉴타운으로 지정되기를 정말 원했고, 그러다 보니, 당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MB의 소속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왔죠.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뉴타운 관련한 뭔가가 있어야 당선이 될 거라는 생각에 너도나도 뉴타운 지정되도록 하겠다 이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지요. 이런 뉴타운에 대한 이상한 환상(?) 때문에, 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아저씨는 울산에서 갓 올라온 갑부 정몽준 의원에게 지고, 영등포구에서는 (제가 알기로는) 누구보다도 구민들을 위해 힘쓰시던 김영주 전 의원이 낙선하고 안티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 전여옥 의원이 당선되었지요. 더더욱 놀라운 선거 결과는 김근태 아저씨를 제끼고 뉴라이트 출신의 신지호라는 아주 요상한 인간이 국회에 진출하게 되었지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중.동이 만들어내는 이상한 여론에 따라 못난 대통령이 되었고, 동시에 한나라당 출신인 MB가 당선되었으니,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되어야 우리 동네가 뉴타운 사업에 지정될 확율이 높다고들 생각한 겁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총선이었다는 겁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뭐 야당의원들도 뉴타운 공약을 들고 나왔지만... 결론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한 표.

이야기가 샜는데요, 한나라당에서 당선자를 많이 배출한 것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왜 그렇게 뉴타운 지정되는 것을 바랬느냐는 것이지요. 결국엔 집 값이 오르는 것, 집 값이 올라서 부자가 되는 걸 원했던 것이죠. 다시한번 생각해 보면, 집 값이 오르면 좋은가요? 특히, 1주택 소유자 분들. 집 값이 오르면 좋으세요? 아, 그렇죠, 좋기는 하지요. 그럼 좋은게 뭐가 좋은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아무리 심각하게 생각해 봐도, 집 값이 오르면 좋은 건, "아, 우리 집은 비싼 집이야." 라고 과시할 수 있는 것. 그것밖엔 없는 것 같은데요. 집 값이 오르면 내 집 값만 오를까요? 동네 집 값이 다 같이 오릅니다. 그럼, 내가 그 집 값이 올랐으니 그 집을 현금화 하면, 어디 가서 살까요? 좀 나이드신 분들이 "아 집값이 오르면 그 집 팔고 시골가서 저렴한 집 한채 사서 남은 돈 까먹으면서 살지." 라고 말씀하신다면, 정답. 그건 괜찮은 의견이지요. 하지만, 내 살아온 터전, 이곳에서 그냥 살 거면, 집 값 오르면, 그냥 동네 부동산 앞 지나가면서 "하하, 우리집은 비싼 집이야!" 하고 좋아하는 거 말고, 집 값이 오른 금액만큼 누가 주나요?

다들 2주택 이상 가진 분들이라면 이런 글 안 쓰죠. 그 동안 우린 너무 내 집 값 오르기만을 기대하면서 살았다는 겁니다. 집 값 올라봐야 재산세, 비싼 집이면 종부세까지. 골치아픈 게 많은데, 왜 내가 살고있는 집, 살아갈 집 값이 오르는 걸 보면서 좋아하느냐는 이야깁니다.

혹시 제 의견에 이런 의문점을 가진 분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럼, 철거민들은 집 값 오를 걸 좋아해서 뉴타운 정책에 동의했다가 지금 나가라고 하니까 반발하는 거다, 그게 나쁜 거다 라고 말하려는 거냐?" 아니오. 저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아, 예전에 댓글로는 멍청이 소리 좀 들었습니다만) 그 철거민 분들을 탓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는 대다수 국민들이 자기 집 값 오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그런 국민들 비위 맞추느라 계속 뉴타운 정책 시행하고, 공약으로 내 놓고 그런다는 겁니다.

집값이 그냥 일반적인 물품처럼 감가상각이 되어서 새 집일 때가 제일 비싸고, 보유하면 보유할 수록 집 값이 떨어진다거나, 어쨌든 은행 이자보다는 적게 오른다거나 한다면, 부동산 투기 세력들도 없어질 것이고(당연히 없어지겠죠, 주택 여러 개 보유해 봤자 돈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니 말이죠.), 정작 내 살 집이 필요한 사람은 거품 없는 가격에 집을 사서 그냥 집과 같이 늙어가며 집 값이 떨어지든 말든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더 좋은 새 집으로 또 이사가겠죠 뭐. 집이라는 것을 거주 개념으로 보지 않고 투자 개념으로 바라보니까 이런 부동산 투기, 뉴타운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아요. 더군다다 여기저기 산업현장에 투자되어야 할 돈이 안 돌고 말이죠.

제가 너무 순진한가요?
좀 순리대로 살면 안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에휴, 미네르바도 그냥 자기 생각대로 막 글 썼다가 그게 이슈화되니까 구속되기까지 하고, 이 나라가 순리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블로그에 글 올리기도 좀 무섭고요.

다시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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